프롤로그 - 이 글의 행간에 깔린 나의 사진에 대한 생각
누군가가 "사진에서 핵심이 무엇인가?" 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내용이다!", "무슨 카메라, 무슨 렌즈로 찍었느냐 같은 사진을 찍는 도구나 매체가 아닌,
내용이야 말로 사진의 본질이고 핵심이다" 라고...
같은 맥락에서 필름이던 디지털이던 자기가 선호하는 매체(본질이 아닌 것)에 대해
무분별하고 비논리적인 집착이나 애착을 가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사진에 있어 카메라등의 사진적 매체는 부수적인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니까.
필름이던 디지털이던 장/단점을 살려서 적절히 활용하면 그만인 도구에 불과한데,
이런 것들을 필사적으로 옹호한다는 게 참 쓸데없는 짓 같고, 한심해 보인다.
필름 카메라?
누군가에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진을 찍는 매체 중 하나일 뿐...
장르와 상황에 따라 필름이 유용할 때도 있고, 디지털이 좋을 때도 있으니 맞는 걸 골라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 커뮤니티에서 사진에 흥미가 있는 것 같은 중학생인 딸에게 사줄 15만원 내외의 저렴한 하이엔드 중고 카메라 추천을 부탁하자, 어떤 사람이 대뜸 필름카메라를 추천했는데, 이것이 본인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추천글에서 글쓴이는 분명히 글을 올린 사람이 15만원 내외의 저렴한 카메라를 원한다고 했는데, 엄청난 유지비를 자랑하는 필름카메라를, 유지비를 자력으로 해결하기 힘든 여중생용의 카메라로 추천한 것이다. 왜 이런 뜬금없는 행동이 나왔을까? 하고 생각해 본 후, 아마도 필카를 추천한 그 사람은 필름카메라가 무조건 최고라 생각하는 일명"필름빠돌이"들 중 한명이 아닌가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렴한 카메라 추천을 요청한 사람의 의견을 싸그리 무시한 채 저런 어이없는 추천을 할 수 있을까 싶으니 말이다...
이 글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필름 카메라 사용자나 매니아가 아닌,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일명 필름빠돌이(?)들의 믿음과 주장에서 발견되는 논리적 헛점들과 그들이 감추고 싶어하거나 무시하고 싶어하는 사실들인데, 실상 이 글의 기저에는 나의 "각종 빠돌이들 특유의 편파성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나는 종류 불문하고 빠돌이들이 싫다.
왜냐하면, 빠돌이들은 으례 자신이 빠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철저히 단점을 부인하고, 단점들을 장점으로 승화시켜버리면서 어처구니 없는 논리적 비약과 기만, 사실호도를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명백한 단점조차도 "취향"을 운운하며 한사코 단점으로 인정하기 않기에, 이런 사람들과 얘기하면 말이 안통한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더구나, 이런 사람들이 제품사용기라도 쓰는 날에는 참으로 어이없는 비논리적 주장들과 읽는 사람을 기만하는 사실호도의 향연이 펼쳐진다.
필름 애호가나 매니아들과 필름 빠돌이는 다르다
단점은 단점으로 인정할 줄 알면서 즐길 줄 아는 애호가나 매니아들은 맹목적인 추종을 그 특징으로 하는 빠돌이들과 다른 존재들이다. 이들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단점에 대해 선선히 인정하느냐 마느냐이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단점이 될만 하지만, 나의 경우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참을 만하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즉,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사람이나 물건 등에 대해서 제 3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건 이래서 단점이 아니고 저런 저래서 단점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단점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힌 사진을 무시하거나 우월감을 보이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면, 빠돌이라고 분류될 자격이 충분하다.
"까는 빠가 만들어 낸다"고 했던가? 이는 명백한 사실조차 일말의 여지 없이 부인해 버리는 빠돌이들 특유의 광신적이고 비논리적, 비이성적인 궤변으로 점철된 언행이 평범한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빠돌이들은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는 족속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해당브랜드나 분야에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애플빠나, 개빠돌이들만 해도 그렇다. 애플빠들 중에서 아이폰만이 진정한 스마트폰이고 안드로이드폰은 개쓰레기이하쯤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개빠돌이(?)의 경우 개를 먹는 사람을 야만족 내지는 미개화된 무식한 사람들쯤으로 취급하는데, 그래서 개를 먹으면 안된다는 주장자체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더구나 애플빠들의 경우, 애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죄다 삼성빠돌이로 취급해 버리는 악수까지 두기도 한다. 이런 식이면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죄다 빨갱이라는 새누리당이나 조중동의 논리와 뭐가 다른가? 같은 맥락에서 애플빠는 새누리당이나 조중동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본인의 경우 좋아하는 회사가 없지만, 이런 애플빠돌이들의 작태에 정나미가 뚝 떨어진 사람 중 한명이다. 애플제품에는 별반감 없어도 애플빠돌이는 싫다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필름카메라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필름카메라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나 디카로 찍힌 사진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고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작태가 가소롭고 아니꼬운 것이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니까~
하여간 빠돌이들에게 그들이 빠심을 가지는 존재는 모두 불가침의 신성영역에 있는 "신(神)"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빠심을 가지는 존재에 대한 단점 지적을 신성모독쯤으로 받아들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지적에 광분하면서 단점을 지적한 사람에게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을 수 있겠는가?
여하튼 이 글의 수면 하에는 상술한 빠돌이들의 작태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것을 감안 하시고, 본인이 필름빠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눌러 이 글을 보시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나에게는 빠돌이들을 설득시킬 만한 능력도 없거니와 그런 부류들을 설득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런 건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다만,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필름빠돌이들이 내뱉는 주장에 휩쓸리지 않게끔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써본 것이다. 이 글을 본 필름빠돌이가 회심해서 정상인이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고, 그들은 필름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단단히 빠진 광신도들이니까... ^^ 약물치료로 이런 증상이 해결될까? ㅋ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일반인은 차치하고, 필름 프로세싱에 숙달된 작가들이 작업하는 용도로 필카를 쓰는 것이야 뭐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게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나? ㅋ 특히 이런 작가들이 자가현상 및 인화라도 하면, 수공예적 요소가 더해져서 작품을 더 비싸게 팔아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사진을 처음 배우면서 필름카메라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적어도 사진이라는 이미지 언어의 "가다나라" 내지는 "기초문법" 속하는 노출, 화밸, 빛의 이용 등에 대해 배울 때에는 특히 그러하다. 이런 필자의 주장의 골자는 바로 필름카메라 특유의 유지비용과 필름현상 및 인화에서 빚어지는 시간적 딜레이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각종 부정적인 영향들이다.
※ 물론 노출,화밸 같은 기초적인 것과 다른 영역인, 사진으로 전하고 싶은 메세지, 즉 사진의 주제 선정이나 표현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 같은 것의 경우 애초에 디카냐 필카냐 하는 논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분야이기에 이에 관해서는 디카? 필카? 등의 논쟁은 전혀~ 중요치 않다. 이 부분에 대한 배움은 다방면에 걸친 다독, 특히 인문학 서적 다독을 통한 공부가 카메라조작법 따위보다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표현법의 경우는 선척적인 감각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도 하지만, 미술사 및 미술작품 분석 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어느 정도 까지는 커버가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니기에 다음에 얘기해 보고자 한다.
실상 사진에서 노출, 화밸, 빛의 활용 등에 대한 테크닉은 문맹탈출을 위한 것으로써, 사진 그 자체의 본질일 수는 없다. 그래서 사진문맹을 면하고 나면, 사진 주제나 표현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선천적 표현감각의 한계를 초월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균형잡힌 사진가가 되길 바란다면, 사진 주제나 표현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이기도 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 사진공부이전에 이미 인문학에 대한 소양이나 창의적인 사고 등을 갖추고 있는 사람도 있어서, 사진문맹 탈출 이후에 빠르게 발전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사진은 나이들어서 시작해도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
이제 나의 주장을 자세히 풀어보자면, 첫번째는 비용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초기구매비용은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신품이 거의 없고 중고구매가 일반적임을 감안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디지털 카메라 가격 역시 중고가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감안해 보면, 시중에 의외로 비싼 필카가 있기도 하고, 또한 중고가격이 폭락한 디지털 카메라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필카의 초기 구매비용이 저렴하다는 주장이 그렇게 힘을 얻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디지털 카메라 중고시장도 이미 어느정도 숙성되어 10만원 이하의 DSLR 물량마져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캐논 300D의 경우 2012년 현재 불과 6만원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초기장비마련 비용은 본인 다루고자 하는 주안점은 아닌고로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여기서는 필름 카메라특유의 유지비용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한다. 필름 카메라는 보통 필름값, 현상비, 인화비 이렇게 삼중으로 유지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불행히도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면, 이는 곧 사진촬영 연습량의 제한으로 이어 질 수 있다. 한 번 셔터를 누를 때마다 대략 400~500원가량의 금액이 소모된다고 볼 수 있는데, 저렴한 필름에 일반적 현상소를 이용한다고 가정해서 400원으로 계산해보면, 36컷일때 14,400원이다. 360장이면 14.4만원 ㅎㄷㄷ 이거 뭐 감당이 안 된다. 필카 사서 360장만 촬영,인화,현상을 하면 벌써 DSLR용의 캐논 50.8렌즈 신품가격을 넘어서는 비용이 지출된다!!!
사실, 사진을 배우는 초기에는, 물론 그 이후에도 언제나 적용되는 말이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찍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꽃 하나를 찍어도 로우키, 하이키 등 다양한 노출로 각종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또한 구도 역시 각 방향에서 앵글을 바꿔가며 수십 장을 찍어보고 화이트 밸런스나 초점의 경우도 다양하게 바꿔가며 촬영하고 태양광의 성격이나 위치가 바뀌기를 기다린 후 다시 촬영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어떤 사진이 더 좋은 느낌이 나오는지 비교분석 해보면 사진이라는 이미지언어의 필수요소이기도 한 노출테크닉이나 구도구사 등에 대해 빨리 그리고 충분히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철저히 리뷰와 비교분석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리고 많이 다양하게 찍어야 가장 좋고 완성도 높은 컷을 골라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필름으로 사진을 배우게 된다면, 부자가 아닌한 이런 식으로 사진을 배우기가 힘들다. 필름값, 현상비, 인화비 걱정을 유발시키는 필름카메라가 사진을 배우려는 일반인인 사진 초보자에게 가장 안좋게 작용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비용에 대한 우려때문에 컷수 자체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사진들이 좋은 사진 이란건 전혀 아니다. 컵 표면에 어설프게 반사판이 나타나버렸으니 ㅋ 그냥 조명 연습용 습작 들이다.
하지만, 필카로 이걸 찍는다면, 음료수가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튀었는지 현장에서 확인 할 방법이 있나???
결국 내가 제대로 A컷을 찍었다는 확신도 못 가진채 그냥 일단 많이 찍어야 되는데, 잘 아시다 시피 필름은 늘어나는 컷수가 곧 추가비용이다. 부자라면 몰라도 나같은 사람은 손이 떨려서 더 많이 찍을 수 없다.
이런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만두에서 올라오는 김이 어떤 모양으로 찍혔는지 즉각 확인 안되니깐, 내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찍혔는지 확인 할 방법이 없다. 이 외에도 비슷한 사례로서 패닝샷, 주밍샷 등등이 있다.
필카는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촬영자를 신중하게 만든다 = 연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자동차를 사고나니 운전이 신중해 진다?
필름 예찬론자들은 이러한 단점들을, "필카는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촬영자를 신중하게 만든다"는 식으로 이를 미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건 완전 아전인수 겪이다. "연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자동차를 사고나니 운전이 신중해 진다"며 옹호하는 식이다ㅋ 옹호를 해도 이런 걸로 옹호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노출이든 포커스든, 구도든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실패를 줄이기 위한 안전빵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음껏 다양하게 찍어보는 것을 제약한다는 것은, 결국 창의성과 다양한 표현스타일의 발현을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창의성이 중시되는 예술의 도구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필카가 사진 배울때, 디카보다 좋다는 사람에게 난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디카가 없었다면, 나는 아예 사진자체를 배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이다...
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사진자체에 흥미조차 못붙이게 하는 필름카메라가 사진배우기에 최선의 카메라라는 주장은 우스운 일이다.
2008년에 구입한 S5pro로 촬영하고 지울 꺼 지우고 A컷에 가까운 컷들만을 남긴 것이 2만 컷에 달한다. 다른 카메라로 촬영한 것과 합하면 4만 5천 컷정도... 실제로 지운 게 남긴 컷의 절반쯤은 되니까 총 9만컷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400원 곱하기 9만컷이면 돈이 얼만가? 3천6백만원이다 ㅎㄷㄷㄷ 그리고 본인의 경우 2008년부터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기관인 밀양 삼랑진 평화의 마을 가을운동회 행사촬영을 무료로 4년간 봉사해 오고 있는데, 한번 찍으러 가면 천컷 넘게 찍는다. 하지만 내가 필카유저 였다면? ㅎㅎㅎ 돈을 요구하거나 컷수를 1/10로 줄였을런지도 모른다. 디카의 경우 발생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셔터박스 교체 비용 이외에는 사실 컷수 많이 늘린다고 해서 따로 비용이 드는 게 별로 없으니 이렇게 마음 껏, 없는 재능이나마 봉사를 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또한,다른 문제로서 이젠 필름 현상소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중에서도 믿고 맡길만한 실력 좋은 현상소의 숫자 역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필름 사진에서 현상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크다. 자가현상을 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경우 후보정을 현상소 직원에게 맡기는 겪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상소 직원의 실력이 떨어지거나 실수라도 한다면, 그냥 그 필름의 사진을 날리게 된다. 아래에 있는 로버트카파가 찍은 오마하비치 상륙작전 시의 사진의 경우 입자가 아주 거칠고 상이 흐릿한데, 그 이유는 현상소직원이 현상과정에서 서두르다가 온도 맞추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 중 반은 버리고 반정도 살린게 이정도 라고 한다. 근데 오히려 이거 더 느낌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연한 실수에 의한 호평(?) 하지만, 이건 운이 좋은 경우고 ;;;
"나는 사진이다"라는 대차보이지만, 저게 당연한 사실이기도한 제목의 책으로도 알려진 사진작가 김홍희 선생님의 경우 슬라이드 필름을 쓸 때, 외국에서 고생해서 찍어온 슬라이드 필름을 현상소에 맡길 때, 현상시 사고가 있을까 조마조마해서 현상이 완료될 때 까지 무척 긴장하곤 했었다는 얘기를 책에 써놓기도 했다. 실력있네 없네를 떠나 현상소 직원이 화학약품 배합이나 온도조절에만 실패해도, 고생해서 찍은 사진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니 긴장을 안할 수가 있나 ;;; 그래서 김선생님의 경우 월요일은 현상소직원들이 주말 동안 쉬어서 실수할 확률이 높다고 화요일에 맡기곤 했다고 한다 ㅎ
하지만 어이없게도, 필름 예찬론자들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린다.
디카의 경우도, 물론 메모리카드 불량에 의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본인의 경우도 몇번 경험 했는데, 그게 9만장 중에서 3장인가? 그렇다. 게다가 메모리 카드를 좋은 제품으로 써주면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0.001%에 수렴해 간다. 그런데 필름카메라의 경우 아무리 좋은 필름을 써도 현상소에서 사고 치는 걸 막을 순 없다. 자기 손으로 자기가 저지른 실수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자기는 열심히 사진 찍고, 잘못한 게 없는데, 현상소의 실수로 사진을 날린다면,그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두번째는 실력 좋은 현상소를 만나도 초보에겐 곤란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초보가 노출을 실수해서 상당히 노출오버가 나도 네가티브필름 같은 경우 관용도가 좋아서 왠만한 건 복구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제로는 노출을 잘못 결정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괜찮으니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가 없다. 실제로 자기가 촬영한 노출을 그대로 확인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은 나쁜 버릇이나 잘못된 지식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배움에 있어서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세번째는 촬영 - 현상 - 인화 -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적 공백이다.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현상,인화를 맡기고 찾아오는데 며칠씩 걸리기 마련인데,이 시간적인 공백 때문에 노출에 대해서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가 없다. 빛이라는 게, 같은 장소라도 시간마다 다르고, 날씨따라 다르고, 계절 따라 다른데, 며칠씩의 공백이 있어서는 그 복잡미묘한 변화들에 대응하는 요령을 빨리 깨우치기 힘들다. 사진에 있어서 문법이나 알파벳 같은 게 노출인데, 이런 중간과정들은 빨리 빨리 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좋다는 걸 생각하면, 아까운 시간을 무던히 흘려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현장에서 찍어보고 리뷰해서 잘못한 점을 찾아내어 빨리 수정한 뒤 다시 찍는 식으로, 노출이나 구도에 대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이 필름 카메라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이다. 이런 시간적 갭 때문에 공부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미화시킬 것인지 참 궁금하다. 필카덕분에 기억력이 증진된다고 하려나....
세번째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필름예찬론자는 필름으로 사진을 배워야 할 당위성으로 이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필름으로 사진을 배워서 훌륭한 사진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그 때 필름카메라 외의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지 딱히 필름사진이 사진을 배움에 있어 디카보다 유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역시 눈감아 버린다. 그냥 자기 원하는대로 사실을 해석하고 다른 여지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마치 백발 노인이 내가 부산에서 한양까지 일주일 만에 걸어서 갔던 사람이야! 라고 자랑하는 걸 듣는 느낌이다. 그 때야 걸어다니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그랬겠지만, 지금은 차타고 가면 4시간이면 가고 KTX타면 그보다 더 빨리가는데, 굳이 그렇게 걸어야 할 이유가 있나?
지금은 부산광역시에서 서울특별시까지 운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면 되는 거지, 부산포에서 한양까지 빨리 걸어가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상술한 것 이외에도 사진을 배움에 있어 필름카메라가 가지는 장점이란 게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 더 할말이 많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이만 줄이고 이어서 이에 대해 더 언급해 보려 한다.
부모님댁에서 아침에 발견한 부드러운 확산광
왼쪽의 불투명한 창을 통해서 들어온 아침 햇살이 예쁘게 세수대야 위에 내려 앉았다.
느낌이 좋아서 바로 카메라를 가져와서 촬영!
필름이라면 내가 이 빛을 제대로 캐치했는지 확인하는데만 해도 며칠이 걸릴 것이고
또 현상소 직원이 톤을 잘못 건드려버리면 이 느낌이 고스란히 유지되기도 어렵다.
한 컷 찍어보고 LCD와 히스토그램을 체크해보니 거의 원하던 대로 노출을 잡은 듯 하여 프레이밍을 바꿔 좀 다르게 찍어 보았다.
아래는 서울예술대학 사진학과 교수님인 황선구 교수님이 월간 사진예술에 기고한 컬럼에서 발췌한 부분들이다.
"사진의 특징이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작업이고 산업인 것은 분명하나 사진인의 단점이자 문제점이 너무 사진 도구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진 후진국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사진도구가 부의 상징이고 많은 사진도구를 가지고 있음과 사진 실력과시를 동일시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이야기이나 현실은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진교육을 시키고 있기도 하다."
"예술의 본질이 본인의 감성과 하고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면, 사진가의 본질이 자기가 살고있는 시대를 기록하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사진도구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면 당연히 사진가의 관심은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의 변화에 따른 많은 생각들, 지금 불거지고 있는 문화와 종교의 갈등, 인터넷과 정보화 세상의 변화에 따른 많은 이야기, 세대간 사고와 문화의 단절과 갈등의 이야기 등등 필자가 다루기에 너무 어렵고 또한 주제 넘는 이야기지만 사진가의 관심은 그런 본질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디지털 디자인이 전통 디자인을 대신하고 발전시키고 또한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듯이, 디지털 사진은 전통 사진을 대신하고 발전시키고 디지털 사진의 특징으로 새로운 사진 문화를 만들고 있다. 또한 게임, 애니메이션, 인터넷 등과 접목하여 새로운 디지털 사진 분야를 만들어 갈 것이다. 모눈종이를 보지 못한 디지털 디자이너가 현재 디자인 세계에서 얼마든지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듯이 암실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진가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진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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