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ourtesy of SUPERGT.NET)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킷 베스트랩 타임 1초 차이는 승부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매우 큰 차이이다!
(1등과 꼴찌정도의 차이?)
오토기어에 자주 등장하는 인제서킷 주행영상을 봤을 때
이 서킷은 제가 직간접으로 경험해 본 적 없지만
1번 코너가 진짜 어려워 보입니다.
랩타임 단축을 노린다면 선회브레이킹을 해야 되는 구간으로 보이는 데요.
이게 말이 쉽지 잘 하려면 진짜... 어렵죠.
코너링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지 정하는 게 참 까다롭거든요
스티어링 휠을 꺾은 상태에서 브레이킹을 하면 차량 거동이 불안정해 지니까요.
타이어 종그립과 횡그립 사이에서 균형점을 이루는 구간을 잘 찾아내야 되는게 이게 참... 어렵습니다. 코너에서 퍼펙트하게 공략하려면 말이죠.
왜냐하면 이 타이어 그립이라는 건 타이어 내부 온도 / 트랙 표면 온도 및 굴곡, 재질 / 타이어설계 시 설정된 최상의 그립을 내는 온도대에 어느정도 근접했는지 / 타이어 수명 등의 다양한 요소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매 랩마다 완전히 동일하지가 않거든요.
원래 브레이킹의 정석은 브레이킹을 직선구간에서 끝내는 건데,
사실 직선구간에서는 브레이킹하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브레이킹 포인트만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늦게 잘 잡으면 되고
(사실 말은 이런데 실제로는 이것도 어렵습니다.... 왜냐면 타이어 그립이나 브레이크 페이딩, 연료소모에 따른 차량 무게 변화 등의 다양한 요소에 따라 차량 상태 및 주변환경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최고의 기록을 내려고 한다면 브레이킹 포인트가 계속 변해야 하거든요. 베스트 랩을 원한다면 ...)
아무튼 그래도 차량의 각종 밸런스가 정상적이라면 적어도 직선에서 브레이크 페달 밟는 중에 스핀할 염려는 거의 없죠.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랩타임을 단축을 하기 위해서 고수들이 쓰는 게
선회브레이킹이죠.
선회브레이킹을 하면 코너링 중에도 감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선구간에서 브레이크 페달 밟는 타이밍을 더 늦출 수 있어서
풀악셀 구간이 길어집니다
(일반적으로 풀악셀 전개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곧 랩타임 향상을 의미하죠)
대신 브레이킹 파워조절을 까딱 잘못하면 스핀하거나 언더스티어로 APEX를 놓치거나 심하면 코스이탈까지 하게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직선주로에서만 브레이킹을 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부담스럽고 까다롭죠.
(덤으로 선회브레이킹하려는 구간의 노면에 범프라도 있으면 정말 죽을 맛이죠 ㅋ
국내의 어설픈 칼치기쟁이들이 선호하는 단단하기만한 서스는 이런 조건에서는 제대로 기록이 안 나옵니다... )
제가 진짜 고수들하고
같은 코스 같은 차량으로 달려보면
제가 풀액셀로 못 도는 중고속 코너를, 풀액셀로 돌고
저보다 더 늦게 브레이킹을 하고
코너링 말미에 파셜액셀에서 풀액셀로 전환되는 타이밍도 저보다 빠릅니다.
전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ㅋ
가령 0.5초 줄이려고 100랩을 땀 뻘뻘 흘리면서
딴에는 전 코너에서 더이상 엑셀 밟으면 스핀한다 싶은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몰고 갔다고
생각하면서 겨우 줄여놨는데,
저보다 1.5초 빠른 랩타입을 턱 내 놓는 걸 보면 진짜 이게 인간이냐?는 소리가
한숨과 함께 절로 나옵니다.
이 상황에서 본선 레이스 가봐야 뭐하겠어요.
그냥 PC 꺼야죠.
넘사벽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절감하게 됩니다.
서킷의 모든 코너를 외줄타기 하듯 이상적인 슬립앵글에 근접해서 스핀 할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돌아나온다는 게 정말정말 어려운데 이걸 해내는 게 이 고수들이죠.
하물며 하중이동이나 코너링은 발로 하는 것이라는 말조차 이해가 안 가는 일반인들이나
단지 '자동차만' 좋아하는 자동차만 취미인 사람이
고수들의 주행 영상을 보고
'뭐 그냥 특별한 거 없네'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제대로 착각하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아는 만큼 보인다가 적용되는 순간이 바로 이때죠.
아마 아주 라인 애매하게 타야 되는, 다다다음 코너에서의 최고 스피드를 감안해가며 라인 잡아야 되는 코너하고 / 역뱅크 코너등이 많으며 /
차빨이 덜 드러나게끔 고저차가 좀 적은 서킷에서 5랩 한정 랩타입 대결하면 순정 젠쿱 2.0을 모는 고수가 M4모는 일반인 잡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고수들의 실력이 단순 연습량만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냐?
아... 그렇게 보기 힘듭니다.
타고난 센스가 아예 다르다고 봐야 하죠.
참고로,
타고난 센스는 없지만, 돈과 시간이 많아서 일정수준이상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성취는 이루지 못 하는 유형 중 하나가 주로 연예인 드라이버들이라 볼 수 있죠.
대표적으로 류시원이나 김진표 ?
연예인 드라이버들의 경우, 중하위 레벨 정도의 시리즈에서는 힘을 발휘하는 것 같은데
좀 더 높은 레벨의 리그에서는 아무래도 좀 밀리는 게 보입니다.
김진표나 류시원의 CJ슈퍼레이스 성적을 보면 딱 그렇습니다. 특히 2015년 성적보면 아주 뚜렷하죠 ㅎㅎ
레벨이 높아질수록 밑천이 드러난다고나 할까요?
레벨이 낮은 경기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돈빨과 시간빨(?)로 확보한 연습량을 통해
숙련도에서 일반 직장인 출신 드라이버들보다 우위를 점해
하부리그에서는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타고난 자질의 비중이 커지는 상위 클래스에서는 아무래도 성적을 내기 어려운 거죠.
류시원, 김진표가 제아무리 돈과 시간을 쳐발라 연습해도 F1 우승은 못 하는 겁니다 ....
다시 돌아와서,
인제 주행 영상을 봤을 때 인제서킷은 정석적인 아웃인아웃보다 약간 애매하게 라인을 잡아야
즉, 지금 당장의 코너보다 다음 코너, 다다다음 코너까지 생각해야
전체적으로 랩타임이 줄어드는 구간이 꽤 있는 거 같은데 참 까다로워 보입니다.
특히 중반부가 그래보입니다.
이런 서킷에 일반인 투입하면 왠만한 중수까지도 쫄아서
중반부 코너들에서 CP 빨리 찍는 바람에 전체 랩타임이 느려질 확률이 무지 높죠 ㅎㅎ
게다가 일반인들 특유의 '코너링은 핸들로 하는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과도한 스티어링휠의 사용, 거친 페달 조작에서
오는 엄청난 타이어 마모와 타임로스는 덤이죠.
사실 웬만한 서킷에서 스티어링 휠 180도 이상 꺾을 일 거의 없어요.
페달 조작으로 차량을 회두시킬 준비를 다 해놓으면 말이죠.
물론 이 180도라는 수치는 스티어링 휠 회전각 세팅, 제동밸런스, 서스펜션 셋팅, 차량 출력 등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차량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쨋든 요점은 제대로 타면 일반적으로 그렇게 스티어링휠을 많이 돌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걸 모르는 일반인들은 차가 안 돌아간다 싶으면 죽어라 핸들만 더 돌려대죠~
서킷 주행 베스트랩에서 1초 차이는 엄청난 겁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대강 1등과 꼴찌 정도의 차이에요.
일반인들은 근소한 차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짜 천만의 말씀입니다.
1초 뒤진 상태로 5바퀴 돌면 5초 차인데 5초면 뭐 완전 빽점이죠.
죽어라 최선을 다한 퀄리파잉에서 1초 차이면, 이건 거대한 벽이구요...
사실상 레이스에서 서로 실질적인 경쟁상대는 아닌 겁니다.
아래 링크는 일본 양산차 베이스 레이스 중 최고봉이고 독일 DTM차량보다
더 빠른 차량이 등장하는 SUPERGT 2017년 제1전 오카야마 라운드 GT500클래스
예선 결과인데,
https://supergt.net/results/index/2017/Round1/3/gt500
1등인 혼다 NSX가 1'18.620 초
꼴찌인 15등의 니산 GT-R이 1'19.616 초
총 15대의 차량 중 1등하고 꼴찌차이가 거의 1초 미만!!!!!
이제 이 1초에 대해 감이 좀 오시나요?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서킷 랩타임 1초 차이면 서킷 길이나 레이아웃에 따라 다르지만,
거진 1등과 꼴찌정도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제가 7년째 SUPERGT 중계를 전 경기 시청해 오고 있는데
퀄리파잉 막판에 현재의 1등보다 1초정도 빠른 기록이 나오면
중계진에서"오 미고토! 신지라레나이! 으아~~~ 고레가 혼또니 데끼루노까!!! 교이떽키나 라프타이므!! 등등의
감탄사가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ㅎㅎㅎ
진짜 베스트랩이 나오는 퀄리파잉 막판에는 현재 1등보다 0.5초만 빠른 기록이 나와도 깜놀인데 ;;;
1초라면 진짜 제 입에서도 감탄사가 자동적으로 터져나오죠 ㅎㅎ 다들 신기해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무려 1초씩이나 차이나는데 체념하지 않는 경우라면?
전략적으로 매우 하드한 컴파운드의 타이어를 써서 퀄리파잉 순위는 거진 포기하고,
타이어 무교환 같은 리스크가 높은 전략을 비밀병기 삼아
본선 레이스에서의 높은 성적을 노리는 예외적인 경우등이 아니라면
솔직히 제대로 된 레이스는 포기해야 되는 거죠.
국내의 CJ 슈퍼레이스는 고작 100km내외를 달리지만,
일본 SUPERGT는 최소 250km ~ 최대 1,000km까지도 한 번의 레이스에 달립니다.
게다가 이 1초 차이가 80바퀴 도는 동안 누적되면?
진짜 빽점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대굴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다 1등하고 한 바퀴 이상의 차이가 나는 빽마커가 되면 정상차량이 뒤에서 접근할 때 의무적으로 양보해줘야 하고
만약 버티면 블루플래그 떠서 페널티를 받죠 ㅎㅎ
그리고 사실 5초 차이만 나도 중계화면에서 같은 앵글에 잡히는 것조차 힘듭니다 ^^
이래서 서킷 랩타임 2~3초 차이면 레이스의 세계에서는
진짜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1초도 엄청난 차인데 2~3초면 진짜 말 다했죠 ~
일반적으로 베스트랩에서 2~3초 뒤지는 드라이버들 심정은 뭐 순위 경쟁은 물 건너 갔고
그냥 다음 레이스를 위한 데이터 수집이나 하는구나 이런 류의 것일 확률이 크죠.
베스트랩에서 3초 뒤지는데 1등 노려보겠다는 레이서가 있으면 일반적으로 정신과에 가봐야 합니다 ㅎㅎㅎ
(초대형 사고라도 터지고 줄줄이 머신 트러블로 리타이어 할 수도 있으니 끝까지 달려봐야 되는 거긴 하지만 이건 너무 예외적인 경우고...)
아무튼 한국에는 한국스럽게(?) 자동차라는 장비를 좋아하는
일종의 장비병 환자인 사람들이야 많지만,
그 장비를 활용한 문화인 모터스포츠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작죠
(레이싱 걸 사진 찍으러 서킷 가는 사람들 빼구요)
즉, 자동차 얘기하는 인간들과 / 자기 차 비싸다고 자기차보다 저렴한 차 타는 사람들 은근히 무시하면서 어깨 힘주는 사람들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아도
운전 테크닉이나 모터스포츠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정말 적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자동차 동호회 카페나 웹사이트에서 모터스포츠나 운전테크닉 얘기하는 사람 정말 드물죠 ㅎㅎㅎ
이런 이유로 이 서킷에서의 1초가 가지는 무게감이 별것 아닌 것으로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터스포츠를 모르니
'베스트 랩타임 1초 차이를 아주 근소한 차이인 것'으로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사람이 한국에는 수두룩 빽빽하다는 거죠.
어쩌다 내친 김에 한 번 끄적여 봤구요.
아무튼 졸필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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