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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및 강좌(Essays & Tips on Photography)

후보정한 사진은 쓰레기다!

 

후보정 얘기하면 사진찍는다는 아마추어들 모인 자리라면


대화의 피치를 올리기 쉬운 화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ㅎㅎㅎ


특히 좌중에 교조주의적 무보정주의자라도 한 명 있으면 뭐 백분토론 저리가라입니다 ^^


아무튼 이렇게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말많은 후보정 논란에서


핵심은 두가지라고 봅니다.


1> 후보정여부를 속이느냐?


2>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궁극적인 목적이 뭐냐?




첫번째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후보정 한 사실을 속이지만 않으면 후보정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 할 필요없다고 봅니다.

속이는 게 부끄러운 것이지 후보정자체로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후보정 실력과 감이 없어서 후보정이 사진과 어울리지 않게 되거나

소재의 특성, 주제표현과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된 것은 좀 부끄러운 게 맞는 거 같습니다.


후보정은 100년부터 존재해왔다!

참고로 진동선씨의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사진이야기' 라는 책을 보면

1857년에 나온 오스카 레일란더의 <인생의 두 갈래 길>이란 작품은 여러 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지에서합성, 몽타주하고 강력하게 후보정했다고 합니다(P56-57)

1857년에 말이죠!!! 사진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후보정이란게 포토샵이 출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최소 100여년 이상 전부터 있어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간에 잘못 알려진 필름사진은 무조건 후보정 안된 사진이다라는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이어서 두번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 불필요하게

스스로 자신의 표현세계를 제한하는 것은

재고해 볼만한 일이라 봅니다.

재고해 보시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고요;;;

굳이 싫다는 분까지 제가 설득할 의사도 능력도 없습니다.

그냥 가시던 길 쭉 가세요.

저는 제가 애정도 안가진 불특정 다수까지 설득할 아무런 이유도 의무도 없습니다.

진짜 말그대로 어쩔 수 없죠.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길을 가야되는 건 아니니까요 ㅋ


아무튼 사진은 도구이지 그 자체로 최종목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사진, 글, 음악, 미술 등은 자신이 전하고 싶은 감정이나 생각을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라고 봅니다.

사진의 경우 최우선은 사진이라는 이미지언어를 통해 나는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보정에 노크랍으로 원하는 사진을 얻으면 편해서 좋겠지만 완벽한 현장촬영에 얽매이느라

몇년간 머리속으로 그려오던 장면이 바로 파인더 상에 등장한 결정적 순간을

놓치는 우는 범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지나간 순간과 100% 동일한 늬앙스의 순간은 여러분의 인생 평생에 절대로 다시 오지 않으니 말이죠.


그리고 후보정을 전면 배척한다는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그만큼 현장에서의 JPG 색감셋팅과 WB셋팅, 노출잡기, 구도잡기 등의 기술적인 면을 엄청 부각시켜서

거의 이런 것들을 최우선의 것으로 간주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싶은데요.


이런 분들에겐 사진생활을 하는 목적이 그냥 "실력과시"가 아니시냐고 묻고 싶습니다.


앙리까르띠에 브레송은 후보정 안했다고 신격화시키는 사람도 있는데요.

네 그 사람은 안했습니다.

대신 현상 및 인화를 친구한테 떠맡겼죠 ㅎㅎ


그래도 크랍은 안했다는데

제가 딱히 브레송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그에 관한 것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을유문화사]"이란 책을 한 권 읽어본 거 밖에 없어서

카메라를 놓고 회화로 돌아서기 전까지의

전 작품이 노크랍인지는 잘 모르겠어요(브레송은 그림에 더 애정이 있었다고 봐야 되죠 허허)


물론 한동안 저렇게 무보정을 의식해서 찍어보시면 노출잡기 등의 테크닉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런 테크닉 수련은 사진생활을 위해 거쳐가는 중간과정일뿐

그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은 좀 그렇네요.

노출, 바디상의 JPG색감셋팅, WB 내지는 캘빈온도 셋팅 등의 좁은 의미의 테크닉에 능숙해지는 것이

사진의 전부라고 한다면 나는 "기능공이요~!" 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아마추어)사진가에게 궁극적인 사진생활의 목적은

"사진에 의한 자기표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봅니다.

 

자신의 사진에서 내세우거나 자랑할만한게 다름아닌

"JPG로도 난 테크닉적으로 별 흠결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라는 거라면 좀 서글프지 않나요?

 

문학과 비교했을 때

사진의 후보정안하기는

문학으로 치면 글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에 워드로 입력하긴 하되 일단 입력하고 나면

작가가 보기에 오탈자나 어색한 표현등이 있어도 절대 중간에 수정안해야 되고

 

진정한 문학작품은 한번 입력하고 난 뒤에는

절대 초고를 토씨하나 수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근데 그 작가가 그 문학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필휘지로 작품 하나 완성하기 일까요?

문학작품에서 작가가 내세우고 싶은게 그냥 문장 안다듬고 단숨에 글써내려가기라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사진이나 문학이나 음악이나 다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의 형태라고 봅니다.

그중에서 사진은 시각적 언어인 셈이죠.

그러므로 사진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실히 담기는 것이 중요하겠죠.


물론 여기서의 전제는 언어라는 게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것인 만큼

자신의 사진에 있어서 타인과의 공감대 형성까지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둔다는 것입니다.


근데 공감도 공감나름이죠.

무책임하고 피상적인 공감은 오히려 독이된다고 봅니다.

사진의 해석이나 공감에 있어서 자신의 인생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진 한장에 60억 인구가 모두 진심으로 감동하고 공감을 표명해 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죠.

그러니 소수라도 중심타켓층으로 부터의 깊은 공감이 더 값지지 않나라고 봅니다.


아무튼 이렇게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의 일종인 사진이라는 "수단"자체에 너무 얽매이고 구애받는 것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후보정안하고 JPG로 사진 예쁘게 찍기 내지는 자신의 이런 바디셋팅실력과시가

사진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이런 걸 두고 본말전도라는 말을 쓴다고 봅니다.




아래부터는 변변치 못한 제 사진을 들어 이야기 해 보려고하는데요.

 

 

 


 

위의 사진은 저의 아버님과 지금은 배우자가 된


제 여친이 저희 부모님댁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을 찍은 것입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보일러 연통이 얼굴을 가리고 그렇다고

짐들고 담장에 올라갈 만한 여유도 없어서 바로 찍었더니 양 옆에 쓸데없는

요소들이 튀어나와서 시선을 산만하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GF1의 경우 명부 DR이 좁아서 툭하면 하이라이트가 잘 생기는 편이라 GF1을 쓷때는 슬쩍 어둡게

찍어서 나중에 살리는 방식을 쓰는 탓에 노출이 좀 어둡게 찍혔습니다. 대신 하이라이트는 거의 안날아갔죠.

아무튼 이런 저런 눈에 거슬리는 현실의 잡스런 요소들을 손보기 위해 크랍도 좀 하고 흑백변환하면서

채널별로 루미넌스도 수정하고 부분적으로 닷징을 써서 얼굴표정등이 잘 드러나게끔 하려 했습니다.


제가 아버지 사진을 찍는 목적은 JPG실력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둠으로써

차후 기일에 식구들이 모일때면

이런 순간을 담은 앨범을 뒤적이면서 아버님을 추억하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JPG 셋팅실력자랑이요...............???

네~ 저는 내공이 후달려서 저렇게 술술 흘러가는 상황에서 JPG만으로 제 맘에 드는 완벽한 사진 못찍어냅니다.

그래서 이렇게 찍고 포샵질도 서슴치 않습니다(뭐 그래도 완벽하지 않은데요 ㅠㅠ)

근데 전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전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도구로써 사진기를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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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 만난 아버님과 여친이 식사 후 같이 과일을 깎는 장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먼저 두 사람의 과일깎는 손을 강조해서 찍고 싶었습니다.

근데 마침 빛이 창가를 통해서 두 사람의 손에만 닿아있더군요.

그래서 노출차에 의한 아웃 오브 포커스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GF1이 명부 DR이 좁아 이런 상황에서 좀 취약하죠.

하이라이트 디테일을 다 살리면 암부가 너무 죽어버려서 당최 배경을 전혀 알수 없게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밝게 찍었죠.

근데 이넘의 GF1 명부DR이 정말 구리긴 구리더군요.

결국 눈으로 보던 것 처럼 좋은 느낌으로 살아나진 않았습니다 ㅋ

제 주력 S5PRO였다면 다 살렸을텐데...

아무튼 카메라가 인간의 눈보다 DR이 좁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것 처럼

다 디테일을 살릴 수 가 없습니다.

디테일하시면 흔히 화소를 떠올리시는데 화소 암만 많아봐야 이런 상황에서 디테일을 살리는데에는

기본적으로 도움이 안됩니다.

카메라를 고려할때 중요한 것이지만 사람들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Dynamic Range 죠.

어쨋든 아래처럼 수정했지만 후보정했으니 이건 사진도 아니라구요?

전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후보정 안하고 사진 완벽하게 찍기가 제 사진생활의 목표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후보정 안하고 잘 찍는 스킬보다 이런 순간을 촬영할 생각을 했다는 게 더 가치있다고 봅니다.


누구나 열정을 불태워 한 1~2년찍으면 촬영스킬은 대부분 다 비슷비슷해 지죠.

그런식의, 누구든지 열정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흔한 촬영스킬수준이

자신의 사진생활 자랑거리이자 비기라면... 글쎄요.

뭔가 앙꼬가 빠진 찐빵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킬 비슷해지면 무엇으로 자신의 사진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죠?

여기서 아이디어란 표현이 어색하긴 하지만 쉽게 와닿을 듯해서 굳이 써보자면

스킬 비슷해 지고 나면 아이디어가 관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물론 스킬이 아주 그냥 쩔어주신다면 그것도 역시 차후에 아이디어가 가미된다고 가정했을때

나쁘진 않겠지만 거기서 안주해버리면 말그대로 거기까지인 거죠.


사진에서 테크닉이 거의 전부인 사진...

때문에 실상 평가할 것도 테크닉 뿐인 사진

가장 자신을 잘 드러내줄 아이디어는 빈곤한 사진 - 저는 제가 이렇게 되면 참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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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역광사진은 사진기의 DR을 한계치 다 끌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위와 같은 장면도 마찬가지 입니다.

명부DR이 떨어지는 걸 알기에 암부가 죽더라도 일부러 슬쩍 어둡게 찍었건만

하얀색이라 유난히 반짝이던 쟁반은 디테일이 다 날아가버렸네요.

예쁜 쟁반의 디테일 때문에 암부를 포기 못한 이유는???



며느리감 처음 만난 날

마주보고 앉아 같이 과일을 깎으시는 아버지의 소탈한 모습의 백미인

안면의 미소가 암부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이 사진에서의 키포인트이기 때문이죠.


제가 저희 아버지 인품중에서 참 좋아하는 부분은 권위적이시지 않다는 겁니다.

나이도 60을 넘기셨지만

집안에서 설겆이나 청소도 곧 잘 하시고 사람을 대할 때에도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권위적으로 대하시지 않습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이 참 저는 아들로서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부분이기에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는 이 순간이 바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 순간이라 생각해서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한 50여장을 찍었고

위의 JPG파일과 같이 찍힌 RAW파일을 라이트룸에서 현상하며 아래처럼 톤을 손 좀 봤습니다.

그래도 한방에 훅 날아가버린 쟁반은 아무리 버닝을 해도 복구가 안되네요.

애초에 더 어둡게 찍으면 명부는 살았겠지만

대신 암부가 완전히 죽어서 아버지의 미소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면

이 사진을 찍은 보람이 반감되는 것이겠죠.

 

 

 

 

물론 저도 이 사진들이 참 아쉽습니다.

사진들 후보정하면서 다시 이런 순간이 온다면 좀 더 표현이 잘 되게끔 찍고 싶은데

아~~~ 정말 아쉽다!!!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특히 구도면에서 더 그렇네요.

구도는 후보정으로 어찌 하고 싶어도 한계가 뻔하니까요.



두서없는 글 잡담으로 마무리 하자면

고향집(?)에 갈 때마다 항상 아버지나 어머니의 일상적인 소소한 모습들을 기록해 둡니다.

사람생명이란게 사람뜻대로 되는 게 아니자나요?

저도 오늘 이 글 올리고 저녁에 교통사고 나서 죽을 수도 있구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부모님과 맨날 같이 먹던 아침식사조차 이젠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죠.


그래서 전 지인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두고 싶습니다.

저랑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모, 형제, 친구, 여친 등등요.

대신 정장입고 폼잡아 찍은 사진엔 상대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덜 묻어난다고 봅니다.


애초에 그런 사진만 찍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며 오래 찍기도 힘들어요 ㅋ

그리고 일명 차려 입은 사진에서는 읽어 낼 수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인품등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소소한 일상에서 오래동안 지켜봐온 제 지인의 인품이 잘 드러난다 싶은 순간을

찍어 남기고 싶습니다.


아래는 얼마전에 차를 산 친구의 자동차에 탔을 때 찍은 건데요.

자동차용 소화기까지 샀더군요 ㅎ

나름 친구의 성격에 대해 말해주는 사진이 아닌가 싶어서 찍어봤는데

한장으로는 힘을 못쓰는 조사진이긴 한데요.

아~ 소화기라는 점이 분명히 안드러나네요.

조만간 다시 찍어야 겠습니다 ㅎㅎ





<친구 PJH - 그의 자동차 안>









그런데 기왕 찍는거 사진은 시각적 언어이니 기본적으로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게 남기고 싶어지죠.

그럴 때 쓰이는 게 사진적 테크닉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내용과 미학적 완성도 중에서 택일해야 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것이 내용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미학적 완성도가 주는 감동은 거의 대부분 피상적이고 유효기간이 짧습니다.

왜냐면 피상적인 아름다움이란게 사람들의 마음에 일으킬 수 있는 파장의 속성이란게 원래 그정도 거든요

그리고 그 정도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가는 전세계에 깔리고 널려서

독창성면에서 인정받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사진적 테크닉이란게 이미 왠만한 건 거의~~~ 전부 다 나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테크닉만으로 독창성을 인정받는 다는 건 현재로써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주는 감동은 여운이 길고 깊이면에서도 테크닉이 주는 감동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봅니다.

내용과 형식(미학적 완성도)중에서 사람을 움직이게끔 하는 건 내용이 주는 감동일 확률이 높지 않나 싶네요.

적당한 내용과 탁월한 퀄리티

VS

억지스러움이 없는 탁월한 내용과 적당한 퀄리티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세요?

물론 둘 다 탁월하면 진짜 정말 좋습니다.

대신 그렇게 하기가 참 쉽지 않죠.

한 4년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제가 경험해보고 느낀바로는

테크닉을 늘리는 게 쉽냐 아이디어를 시각화시키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게 쉽냐라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전자입니다.

물론 지금의 저는 둘다 어정쩡합니다.

딱히 테크닉이 좋지도 않고, 내용면에서도 이제 걸음마 단계라서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런거 왜 찍었냐며 피식거릴만한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저야 어떻든 간에 내용에 대한 내공(?)이란게 정말 습득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야이기에

더 늦기 전에 형식을 위한 테크닉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사진배우기 시작한 초기부터

내용을 위한 내면세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쉽게 말해 내용에 대한 내공을 키우는데에는 뜸이 걸린다고 하니 말입니다.

나이를 먹어서 이미 늦었다구요?

안심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사진은 신동이 없다고들 하는 몇안되는 예술분야중 하나입니다.

인생을 오래 사신 분들이 기본적 테크닉만 갖춰지면

그간의 인생역정에서 겪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주기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사진을

찍어내는데 더 유리합니다.

이는 초딩 코흘리개들이 아무리 유치원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아도 가질 수 없는 걸 먼저 갖고 시작하시는 거죠.

사진 찍으시는 분들은 인생경험이 곧 재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사진 중에는 테크닉밖에 딱히 평가할 게 없는 그런 사진이 있기도 하죠.

촬영테크닉이든 보정테크닉이든 말입니다.

주로 눈에 예뻐보이기만 하면 되는 아이캔디(eye candy)류의 사진들이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사진들은 색칠공부하는 차원의 것이니 딱히 평가할 게 테크닉적인 요소 밖에 없죠.

하지만 아이캔디가 사진의 모든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캔디 저도 꽤 찍습니다. 다만 쓸데없는 미사여구등으로 포장하려하진 않습니다.

그냥 색칠공부한 거라고 인정하죠.

내용과 형식의 조화가 중요한 만큼 색칠공부는 형식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하니까요.

다만 색칠공부에만 머무르는 정체와 편중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다는 것 입니다.

다시 후보정내용으로 돌아와서 마무리 하자면


1> 후보정은 보정여부를 속이지만 않으면 그 자체로는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

자기가 후보정 못한다고 남들의 후보정을 쓰레기라며 일방적으로 평가절하는 건

좀 부끄러운 거 같습니다(자기방어도 이정도면 정말 수준급!)

2> 후보정안한 사진에 집착하고 보정유무를 매우 중시여기는 것은

사진이 자신의 내면세계 표현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한

본말전도의 표본에 다름 아닙니다.

후보정을 함으로써 자기표현이 더욱 호소력이 있고 정교해 진다면 당연히 필요한 만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합성의 경우도 자기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촬영하는게 불가능하다면 합성도 못할 거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합성했냐고 물어올때, 이를 속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죠.

후보정하지 말아야 된다는 집착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를 썩힌다면

여러분이 사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사진이 여러분을 옭아매는 게 됩니다. 사진은 도구일 뿐입니다.

3> 현재의 카메라들이 가지는 DR이라는 기계적인 한계로 인해 사람의 눈보다 표현할 수 있는

어둠과 밝음의 영역이 좁기 때문에 현실의 충실한 재현을 위해서도 후보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4> 항간에 떠도는 필름은 무보정이라는 소리는 사진의 역사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 봅니다.

찍어서 현상소에 맞기면 현상소 직원이 자기 취향과 실력으로 후보정해줍니다

(실력없고 무성의한 현상소에 맡기면......;;;;;;)

흑백의 경우 자가현상하면 자기가 직접하는 것이죠.

필름에서는 닷징, 버닝, 트리밍, 노출 조절해도 무보정이고 디카는 그렇지 않다면

이건 전형적인 "니가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5> 후보정하네 마네하는 논란은 사진에서 거의 일부분일 뿐인 형식(미학적완성도)에 주로 관련되는 부분인데

사진에서 형식은 내용과 같이 사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예를들어 "색감이 정말 예술이네요" 라는 반응보단

"사진보고 나서 부모님께 전화한통 드렸습니다"라는 댓글이 훨씬 좋더군요.

자신의 사진을 본 사람이 감동을 받아 "포토샵을 여는 것"과 "부모님께 전화를 한통 드리는 것"

둘 중에서 고르라면 저는 후자를 고르겠습니다.


6> 내친 김에 기본 테크닉 숙지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좀 풀어보자면,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사진이란 취미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형성되어있지 않은


초보시절부터 일반적인 오프라인동호회 모임에


너무 자주 나가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즐겨야 할 기본 테크닉 연마나 사진에 대한 아이디어의 시각화 훈련보다는


나노크리스털 코팅 렌즈나 L렌즈 장만에 골몰하게 될 확률이 높고, 또한 사진은 M모드로 찍어야 고수이고


노출은 뇌출계로 찍은 사진이 진짜 사진이라는 등 별 희안한 사진관련 개똥철학에 휘말려서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M모드 운운하는 소리는 주로 자신의 사진에서 내세울 게 알량한 테크닉 밖에 없는 사람들의 소리라 봅니다.


이 사람들은 기본 테크닉 및 사진촬영의 중간과정을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미화시켜 그것으로 초심자들과


자신사이의 벽을 쌓고 결국 그 벽을 넘어선 자신은 뭔가 심오한 세계를 안다는 척


자신을 미화시키나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름 좀 긴글 여기까지 찬찬히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대충 읽으신 분들은 좀 논란이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글인만큼 의견을 개진하시기 전에 자세히 읽어보시고

의견을 개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사진애호가들이 다 제 말대로 사진생활을 해야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사진장르에 따라서 방법론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제 생각조차도 시간이 가면서 계속 변하기도 할테니까요.

다만 지금의 제가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바를 한번 끄적여 보았습니다.

후보정에 대한 죄책감 같은게 아마추어사진사들 사이에서 꽤 만연해 있는 듯 해서 말이죠.

다들 하긴 하면서도 왠지 대놓고 말하긴 꺼려하는... 뭐 그런 분위기?

뭐 그렇다고 제가 "아이~ 뭐 대충찍고 다 포샵으로 떼우면 되는 거지 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최대한 열정을 가지고 촬영에 임한 후 현장에서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하는 게 맞다라는 말을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