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본인은 듣보잡 아마추어 사진애호가인데,
우연찮게 드라마 추적자를 접하게 되어 흥미롭게 보던 중
추적자에 쓰인 촬영기법들 중 인상적인 것들이 있어서 그런 장면들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추적자에 대한 포스팅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런 분석은 본인이 처음이지 싶다 ㅎ
이 드라마 촬영감독 누군지 몰라도,
구도 감각이 좋은 거 같고
드라마에서 미장센 같은 걸 시도해서 메세지 전달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보이는 듯 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1. 첫번째로 분석할 기법은 앞흐림이다.
앞흐림이란 무엇인가?
자, 아래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 보자.
거의 똑같이 찍었는데, 위쪽은 그냥 평범하게 찍었고
아래쪽은 앞흐림을 넣어서 찍었다.
덕분에 두 사진의 느낌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겼다.
자 이제 앞흐림이 무엇인지 대충 감을 잡았으리라 본다.
앞흐림은 또한 아래의 사진을 촬영할 때, 본인이 사용한 방법이기도 한데,
DSLR의 얕은 심도를 이용해서 렌즈 바로 앞에 물체를 바싹 갖다대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 물체가 흐려지도록 한다.
장점 : 1> 관람자의 시선을 초점이 맞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2> 마치 빛망울같은 느낌을 제공해 주어서 초점이 맞은 인물이나 피사체를 아름다게 보이도록한다.
실제로 렌즈 앞에 들이댄 물체의 크기가 적으면 빛망울과 어느정도 유사해 진다.
3> 앞흐림이 없는 거 보다 화면이 덜 평면적이고, 덜 단조롭다.
사진 하단의 하얀 부분이 바로 앞흐림이 적용된 예이다.
조리개 값이 밝은 망원렌즈들이나 표준단렌즈들이 잘 되는 편이다. 그리고 이미지 센서가 큰 풀프레임바디가 유리하다.
이미지 센서가 작은 폰카나 똑딱이등은 부드러운 앞흐림을 얻기 어렵다.
여담이지만, 위의 사진 앞흐림 비율이 조금 불만이다. 찍을 때 왜 그랬을까 ㅠㅠ
이 역시 앞흐림이 적용되었다. 렌즈 앞에 갖다댄 것은 아마도 A4 용지로 기억한다 ㅎㅎ
자! 화면 왼편에 확실하게 앞흐림이 보인다.
앞흐림은 보통 감성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PK준 등장 씬에도 적용시켰다.
여기서는 피사체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화면 구성이 단조러워지는 걸 피하고, 이 녀석한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함인 듯 하다.
가만히 이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앞흐림을 적용한 예가 수두룩하다.
촬영카메라가 뭔지는 몰라도 대형이미지센서를 쓰는 거 같은데, 그 특성을 잘 살리는 거 같다.
2. 두번째로 분석할 기법은 프레임(Frame) 구성이다.
프레임속에 또 하나의 프레임을 사용한 것인데
아래와 같이 추적자에 사용된 것은 정말 유효적절하다고 평할 수 있다.
중간에 있는 기둥이
상반된 입장에 있는 두 사람을 갈라 놓고 있다!!!
그냥 멋으로 쓴 게 아니라 실제 화면 내용과 직결시켜서 사용했기에
더욱 칭찬할 만하다.
두 인물간의 대비를 강조하는 용도로 사용했으니 말이다.
즉, 화면안의 내용적 대비(contrast)를 도드라지게끔 하려 이 기법을 사용한 것인데, 여기서 가장 칭찬 받아야 할 점은
구도 테크닉을 자랑할 목적으로 잡은 구도가 아니라, 내용을 위한 카메라워즉, 그 내용을 강조해 주는 아주 적절한 양념으로 사용 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사진도 이렇게 찍으면 구도 잘 잡았다는 소리 듣는다!
내용적 대비 + 이미지적 구성차원의 대비
여기에는 두 가지 대비가 녹아들어 있다.
아래의 이 장면 정말 멋진 구성이다.
메세지를 강조하는 영상기법이란 게 딱 이런 거다.
한국드라마 보는 게 거진 5년만인데, 요즘 한국드라마 화면구성이 이정도로 세련되어 졌나????
여기서는 그물망을 프레임으로 사용했는데,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서 그런지 프레임을 이용해서 분리해 놓진 않았다.
좀 오버하자면, 이 역시 한통속이라 묶어 놓은 건가? ㅎㅎ 이 때는 극 초반이라 한통속이 맞다.
아무튼 이런 구도를 찾아 내다니 ㅋ 고생했고
참 센스 있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은 볼 때, 그냥 봤는지 몰라도, 나같은 사진쟁이 눈엔 오호~ 프레임을 썼네 이렇게 눈에 들어 온다 ㅎ
이 역시 마찬가지로 프레임구성
완성도를 떠나서 드라마에서 이런 촬영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칭찬해 줄만 하다.
촬영감독의 노력과 창의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래는 본인의 사진에 등장하는 프레임들이다.
태국, 계엄령 하의 방콕 왕궁 앞 - 태국 군인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제1세계 백인여자사이의 대비
3. 세번째는 반영(Reflection)이다!
왼쪽 대리석(?) 벽면에 비친 반영이 보이나?
손현주가 강동윤에게 둘러쌓인 듯한 느낌을 준다.
앞흐림과 반영을 동시에 사용한 작례(?)라 할 수 있겠다.
다른 한국드라마도 이렇게 찍는지 모르겠지만,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촬영감독들은 좀 배워라 배워! ㅋ
고리타분한 화면구성만 하지 말고...
이 역시 괜찮은 구성이다.
나름 신선하달까?
이런 걸 허용해 주는 다른 스텝들의 태도도 칭찬해 줄만 하다.
이런 나름 참신한 시도를 할 때, 주변에서 바쁜 일정등을 이유로 불평하거나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잘 조율이 된 듯 하다.
특히, 카메라맨 위의 상관들이 고리타분하고나 능력있고 창의적인 부하를 감당해 낼 수 없어 질투하는 사람들이면
이런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진에서도 종종 쓰이는 사이드미러 촬영하기 ㅎ
이 거울 정식명칭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좋은 활용이다.
그냥 뛰어 가는 경찰등 뒤꽁무니 찍어 놓은 거 보다는 훨씬 신선하다.
다만, 화면의 색감이나 빛활용은 평범하다.
아래는 사진에서의 반영 적용 사례들이다.
꽉꽉 막힌 도로 위의 버스 운전기사님;
4. 네번째 미장센(Mise-en-Scène)
미장센(Mise-en-Scène)은 영화와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의 무대 극 예술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연출의 디자인 측면을 표현한다.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현재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어로 표기하면 "Putting on Stage"로 직역하면 "무대에 배치한다"란 뜻이다. 즉, 무대 위에 인물이나 사물, 조명, 의상 등을 어떻게 배치하는가란 물음에서부터 출발한 미학적인 표현 개념이다. 미장센은 워낙 광범위한 의미를 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특별히 어느 한 가지 뜻만이 맞다고 정의되진 않고 있다 - 위키피디아
경찰들에게 쫒기던 주인공이 마침 기둥에 섰는데,
바로 옆의 문구가 "자신의 운명,미래를 보여드립니다!" ㅋ
뭔가 묘한 상황이다.
이걸 의도해서 손현주를 저 기둥에다 세운 것이라면,
바로 이것이 미장센이 될 수 있다.
10년 전 영상예술의 이해 시간에 배운 건데, 아직도 대충 개념은 기억이 난다.
미장센은 단일 화면에서 담아 내는 영상미를 가리킨다. 제한된 장면 안에서 대사가 아닌,
화면 구도, 인물이나 사물 배치 등으로 표현하는 연출자의 메시지, 미학 등을 말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장면은 3화의 한 장면이던가?
아무튼 불화 속에서 마주선 두 사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과거의 좋던 모습 ㅋ
대비(contrast)를 연상시키게 되는 화면구성이다.
배경에 맞은 포커스와 저 액자의 배치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고 보이는 만큼
이 역시 미장센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이 드라마의 화면 구성은 한국드라마치곤 아주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이 다른 요즘의 한국드라마를 안봐서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기존의 한국드라마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챈적이 거의 없다)
어쨋든 촉박한 일정에 쫒기며 촬영하는데, 이 정도 퀄리티면 촬영감독의 진부한 화면구성을 타파하고 싶다는 창작의지를 높게 사줘야 한다.
다만, 이 드라마의 영상미에서 아쉬운 것은 조명이다.
심각하거나 진지한 장면에서는 좀 더 배경과 인물을 분리시켜서 빛의 컨트라스트가 강한 장면으로 깊이를 더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쓰인 조명을 보면, 그냥 얼굴 적당히 밝히는 용도에 국한시켜 쓴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기는 하나, 평범하다는 평 이상을 주기는 어렵다.
특히, 이 드라마는 그 소재가 범상치 않은 만큼 좀 더 극적인 빛의 활용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장비나 제작여건, 특히 시간에 쫒기다보니 힘들겠지만,
굳이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래의 이 장면은 정말 대박!
영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멋진 장면이다.
물론 조명활용은 논외로 하고
※ 드라마 화면은 포스팅을 위해 캡처했으며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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