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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및 강좌(Essays & Tips on Photography)

무보정주의

 

 

 

 

 

무보정주의를 외치는 일반인들은 그만큼 사진을 노출, WB셋팅, JPG색감셋팅 테크닉위주로 본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 분들의 기준에 따르자면

깊은 감동을 주는 훌륭한 작품일지라도 WB보정이 약간 들어갔다면

평소의 소신인 보정한 사진은 쓰레기라는 기준으로 이 작품의 가치를 폄하해야 되는 겁니다.

사진을 그렇게만 본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그 분들의 평소 주장은 바로 "후보정한 사진은 사진도 아닌 쓰레기!!!" 이니까요.

사진에 대한 애정은 결과물인 사진 그 자체에 대해 가질 일이지 중간과정일 뿐인

사진촬영테크닉에 대해 가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이 테크닉이 전부인 매체였나요?

자기 사진에서 자신있게 내세울 게 노출, WB셋팅, JPG색감셋팅 테크닉정도라면 그건 좀 슬픈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사진에서 자랑스러워 해야 할 부분은 창의성, 메세지, 감동, 사진가로서 피사체를 대하는 매너, 한 주제에 대한 장기간의 지속적인 작업,

깊은 인문학적 배경, 사진으로 인한 인격수양 및 일상생활에서의 변화가 다시 사진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구조, 이미지 해석능력 이런 거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반인들이 외치는 무보정주의는 사진이라는 최종결과물이 아닌 사진 촬영의 기계적테크닉을 너무 중시해 버리는

본말전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무보정이란게 보도사진이나 다큐사진에서 사진의 현실재현성을 강조하여 이를 소중히 여겨야 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생각인데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모든 장르의 사진에 적용하려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무보정주의를 외치는 분들이 곧 잘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필름사진은 무보정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필름사진은 죄다 후보정입니다.

한예로 필름을 현상소에 맞기면 현상소마다 색감등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이게 무슨 의미죠?

원본원본 하는데 현상소 직원 솜씨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니 도대체 원본은 어떤 현상소의 결과물일까요?

결국 현상소 직원에게 후보정을 맡기는 경우인 겁니다.

흑백의 경우 자가현상이 그나마 용이하니 직접 현상하면 자신이 직접 후보정 하는 거죠.

흑백사진 현상하면서 하는 닷징, 버닛은 거룩한 예술적 행위고, 포토샵에서 흑백사진에 버닝, 닷징은  악마에 영혼을 판 더러운 개수작(?) 인가요?

사진 역사나 현상프로세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필름사진은 무보정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거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현상액이나 온도만 달라져도 결과물이 달라지는데... 의도적으로 특정효과를 내기위해 특정 온도나 현상액을 고수한다면 이게 후보정이 아니고 뭔가요?

그래서 후보정 논란은 디카가 전혀 없던 시절인 1900년대 초반에도 있었고 사진의 탄생 초기부터 쭉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인화만 해도 모니터에서 보던 가랑 다르고, 모니터와 디카LCD에서 보던 게 다르고

모니터도 각 제품마다 다 색감이나 밝기가 다른데

원본색감이라게 참... 애매한 말 같지 않나요?

게다가 무보정주의 외치는 분들은 다들 모니터는 색재현율 100%이상의 좋은 거 쓰시고 캘리브레이션은 제대로 하시고 계신 분들인지?

쩝...

색감 틀어지고 컨트라스트 강한 TN패널 모니터를 약간위에서 내려다 보시면서 무보정 JPG 사진색감에 감동을 먹으시는 건 아니겠죠 ㅋ...

그리고 샤픈도 후보정이니 리사이즈하면서도 샤픈은 안넣으셔야 자랑스러운 순혈무보정주의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무보정주의자가 되실려면 일체의 보정과 타협하지 않는 지조있고 품격있는 교조주의적 순혈무보정주의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만약 리사이즈하면서 샤픈 넣으신다면

니가 하는 리사이즈용 사픈은 더러운 악마의 후보정

내가 하는 리사이즈용 샤픈은 고귀한 예술적 행위???

이런 식의 니가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식라는 부끄럽고 설득력 없는 공허한 메아리 밖에 안되는 겁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됩니다만, 사진을 JPG 셋팅 실력같은 무보정주의의 시각으로 좋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면 어떻게 사진을 보게 되는지

예를 들어보죠.

어떤 아바지가 삼수 끝에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 아들이 합격발표를 보러 그 대학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순간의 긴장된 표정, 마우스는 쥔 떨리는 손부터 시작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의자를 박차고 뛰어올라 어머니에게 뛰어가 안기는 환희의 순간을 쭉 담았는데

아버지도 그 상황에 취해버려 이성의 끈을 잠깐잠깐 놓는 바람에 그만 1스탑정도 노출이 어둡고 밝게 찍히는 등 일정치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평소의 습관대로 JPG+RAW로 촬영했던터라

어둡게 찍힌 거도 있고 밝게 찍힌 거도 있었지만

의자에서 튀어오르는 순간의 아들의 표정과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별무리없이 RAW파일로 노출을 수정하여 15R로 인화해서 액자에 걸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평소에 노출을 등한시 하지 않으며 틈틈히 노출연습도 하는 분이었기에

왠만했으면 노출이 안맞은 사진들을 지우곤 했지만

이런 순간들 가족사에서 정말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기에

후보정을 통해 노출과 수평등을 수정하여 가족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괜찮은 노출과 프레임으로 퀄리티를 끌어올린 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다른 장르의 사진들과 비교는 안하겠습니다만, 이 아들의 사진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어떤 것이겠습니까?

이런 순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꽤 공감대를 형성할 수 도 있기에 어느 한가족에게만 뜻깊은 사진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보정주의자의 눈에 이런 사진이 어떻게 비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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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데~ ㅋ 순간포착을 잘 했구만 노출도 괜찮고 색감도 무난하고...."

그런데 이 사진이 노출보정과 수평보정을 한 사진이란 걸 알게된 순간 반응은 아래처럼 바뀌어야 하는 것이겠죠?

"노출보정과 수평보정을 했다니 하~ 아직 사진의 사짜도 모르는 구만~ 거짓말 하는 후보정한 쓰레기사진 ㅉㅉㅉ"


그 분들의 눈에는 이런 휴머니즘적 감동이 배여있는 사진보다도

JPG무보정으로 WB,색감,노출,수평 잘 맞춰찍은 건조한 돌멩이 사진을 더 사진다운 사진으로 쳐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취미가 "사진"이라기 보다는 "내 취미는 무보정JPG사진이야!"라고 말씀하셔야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면 그 분 머리속에서 하는 생각이 "후보정하는 니들 사진은 아무리 좋아봤자 무보정을 고수하는 나의 사진보다 못하거나 또는 사진도 아니다" 이니까요.

물론 사진을 이렇게만 보는 분들이 없으셨으면 합니다만

실제로는 어떨지 장담할 수 없죠.

과연 없을런지?

 




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은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는 거라고 할 수 없는 만큼

무보정주의도 제 취향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 존재자체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다만 무보정주의를 고수하시면서 후보정된 사진을 계속 폄하하시려면

정말 확실하게 후보정과 일체의 타협도 하지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취향은 존중해 드립니다.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취향이 다른거야 머 자연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리사이즈할때 샤픈이라도 넣으신다면 더이상 당신은 무보정주의자라고 목소리 높여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후보정된 사진을 비난&폄하할 자격은 더더욱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