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2
계엄령이 발효 중인 태국왕궁 앞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잠깐 둘러보고 떠나는 식의 관광객에게
그 나라의 불행이나 소란은 관광객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사실 그에 대해 크게 생각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자신이 이런 나라에 살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해 약간은 안도감을 느낄런지도 모르겠다.
이건 다른 사람의 생각도 이야기도 아니고
깃털처럼 가벼운 시선으로 3박 5일간 패키지 여행 버스 유리창을 통해 이 나라를 스쳐지나갔던 나의 이야기이다.
저 여인을 대신 프레임에 넣은 것은
나를 저 프레임속에 직접 넣을 수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이 사진을 찍기 약 한달 전에 갔었던 중국 패키지여행은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참 곤욕이었다.
시간표대로 째깍째깍 움직여야 하기에 원하는 타이밍을 얻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대신 패키지여행과 관광객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태국여행에서도 관광객과 패키지여행이란 주제들을 염두에 둘 수 있었고
이를 이미지화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이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흔히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오해 하고 있는데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란 우연히 갑자기 얻어걸리는 행운의 연발탄 같은 게 아니라
머리속에서 맴돌던 평소의 아이디어나 사상이 이미지화 할 수 있는 현실의 장면으로 변하여
당신의 두 눈 앞에 나타났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사실 현실과 좀 동떨어진 너무도 극적인 순간이기 쉽다.
현실의 대부분은 극적이지 않으니까 말하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사진을 추구한다면서 결정적 순간만을 추구했을 때
얻어지는 것은 기실 비현실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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